봄눈 내리고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다.
문득 지난 번 만났던 새순들이 걱정된다.
며칠 간의 강추위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눈까지 내렸으니 어찌 버틸까?
공원에 오르니
역시, 눈을 이고 축 쳐진 모습의 광대나물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이대로 살아남아 꽃을 피울 것인가!
모진 겨울을 건너왔으니 이 정도의 꽃샘추위야
너끈히 견뎌내라는 응원을 보낸다.
금창초 위에도 수북하게 눈이 쌓였다.
그래! 어차피 건뎌야할 꽃샘추위라면 당당하게 맞서리라.
금창초는 그렇게 외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정신적 지주였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듯
추위가 닥치고 눈과 비가 그리도 내렸던가?
그러나 우리는 슬퍼하고만 있어선 안 된다.
그분의 가르침과 정신을 잊지 않고
우리의 삶에 적용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추기경의 마지막 소망도 그러했으리라.
봄까치가 여린 몸으로 눈과 추위를 이겨내듯
우리도 오늘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 할 때 메마르고 추운 세상에도
언젠가는 푸른 싹이 돋고 꽃은 피어나리라.
오늘은 비록 세상이 눈에 덮였을지라도
머지 않아 저 땅을 가득 채울 초록의 기운을 기다리자.
풀들이 푸르게 일어서지 않는가!
저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며
누가 여린 풀이라 하는가!
봄눈 / 곽요한
꿈길에 다녀가셨는지
제멋대로 자라난 그리움
순백의 향연으로 날아올라
꽃으로 남긴 아찔한 사랑에 겨워
아슴아슴 떠오르는 기억
겨울은 고단한 길로
분분히 추락하고
날개가 돋으려는가
겨드랑이 꿈틀거리는 것은
봄에는 눈도 꽃이 되고
봉오리 속에 봄노래 가득하듯
모진 역경 속에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햇살 밝은 곳에 비둘기도 희망을 찾아 나왔다.
저 녀석이 작년 봄 풀숲에서 알을 품던 그 녀석인지는 몰라도
올해는 부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무사히 부화시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희망 가득한 봄이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염려스럽게 눈 덮인 공원에 올랐는데
오히려 작은 희망을 보았다.
제아무리 눈 내리고 강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이 가까이 있는 것을...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