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겨우살이 이야기

곽요한 2012. 3. 3. 21:12

어떤 꽃이 피었을까 싶어 계곡을 더듬어 올랐다.

하지만, 잔설이 곳곳에서 보일 정도로 겨울이 남아있었다.

분명 봄이 오긴했는데 꽃들이 피기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자연은 언제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보니 갈색의 숲에서 초록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겨우살이다.

요 근래 약초로 대접 받고 있는 바로 그 친구다.

겨울이 되어야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상록식물이다.

비록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삶이긴해도

다른 식물이 모두 숨죽일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살이도 다를 바 없다.

어려운 시절을 이기고 견디는 삶이야말로

편안한 세월만 살아가는 삶보다

진정 가치있는 삶이 아니겠는가?

 

 

겨우살이가 추운 겨울에 생의 절정을 이루듯

우리 앞에 고난의 시절이 닥칠 때

그것을 이겨내고 삶의 환희로운 순간을 엮어내자.

 

 

어려운 시절이 왔다하여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그것을 영광스러운 순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만들자.

겨우살이가 추운 계절에 제 모습을 드러내듯

고난의 순간을 이기고 우리 생의 참모습을 드러내자.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