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소리

사스카츠완강변에 서서

곽요한 2012. 3. 22. 15:21

사스카츠완강*변에 서서

 

 

-곽요한

 

 

시작은 머언 산맥의 빙산 어디쯤이었을 게다

부르지 않았어도 만년설 뚫고 나온 작은 소리

병정들처럼 정렬한 천년의 자작나무숲을 지나고

모진 뿌리로 버티고 선 들풀의 광야를 적시는

그 흐름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더냐

 

누가 너를 사스카츠완이라 이름 하였을까

아무도 대답하는 이 없지만

그 이름 속에 넘실대는 하 많은 사람들의 애환 감추지 못하리라

너와 함께 살고 죽었을

인디언들의 애달픔 전설로 삼키고

개척의 명분 세운 말발굽으로

총질하며 달려들던 사람들의 광포한 웃음도

노래 속에 감추어 두고

동방으로부터 미투리 끌고 찾아 온 사람들의

무지한 꿈을 키워주며

말없이 견뎌온 인고의 세월인데

오늘도 침묵이 선인 양 눈 속에서 묵묵하구나

 

세월이 시기하여도

어찌 흐름을 막을 수 있겠느냐

언덕은 이미 보드랍고 푸른 빛 품었나니

만장 얼음 녹는 날에 네 꿈 다시 흐르고

후인으로 찾아 온 사람 너를 따라 흘러가리라

*사스카츠완강은 캐나다의 록키산맥에서 발원하여

앨버타주를 지나 사스카츠완주에 이르는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