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소리
어느 봄날 오후의 초상
곽요한
2012. 3. 23. 08:20
어느 봄날 오후의 초상(肖像)
-곽요한
양지 바른 담벼락에 등 기대고
푸른 바다를 꿈꾸고 있을 법한, 노숙자처럼
들어앉은 햇살의 게슴츠레한 눈
스멀스멀 등골 타고 내려
발가락 사이를 헤집는 오르가슴 뒤의
미분법보다 난해한 나른함 속에서
커피를 마신다
전율하듯 식도를 미끄러진 상념이
위장을 찌르고
마침내 정수리에서 산화하면
지극한 환희에 이른 밀교(蜜敎)인 양
절정에 다다르는 게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