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소리

봄소식 들리던 날

곽요한 2012. 3. 25. 07:42

봄소식 들리던 날

 

-곽요한

 

 

바다 건너 꽃 소식 들려온 날

게으른 짐승처럼 베란다에 나앉아 해바라기를 하자니

내 몸 어딘가에서 흐릿한 것이 흘러나오고

겨우내 둥지 틀고 있던 허물들이 떨어져 나갔다

넓은 아파트 광장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 분명하리니

혹한의 계절에도 동면하지 않은 길에선

선명하게 발자국 드러나리라

때가 되었으니

바람 불면 척박한 땅에서도 물 기운 일어서고

삶의 지경을 걷다가 잠시 휴식에 들었던 사람들도

피곤했던 다리 추슬러 길 재촉하리라

오전 순찰을 끝낸 관리인이 사무실로 돌아갈 즈음

산세베리아 이파리 끝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