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나비와 거미 사이에서

곽요한 2012. 5. 25. 11:56

 들꽃과 나비를 찾다가

거미줄에 걸린 금빛어리표범나비를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그 사진은 날아가 버렸군요)

상태를 보아하니 죽은 것은 아니고 반기절 상태였습니다.

집주인이 누구일까 찾아보았는데

어떤 거미도 보이지 않았지요.

혹시, 버린 집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거미가 집을 버린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아무튼 거미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조심스레 나비를 구출해 나뭇잎에 올려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운신을 못하던 나비가 조금 시간이 흐르자

자세를 바로 잡고 일어섰습니다.(아래 사진)

아직 눈동자는 흐리멍텅한 상태였지만

거미에게 당하지 않고 기운만 빠진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조치를 취하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비의 생명을 살려주었지만

대신 거미의 한 끼 식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어쩌면 거미에게는 나비 한 마리가 생명유지를 위한

긴급한 식량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갈등이 잠시 일었습니다만,

거미가 집에 없었으므로

식사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굳이 위안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가 하는 한 가지 행동이

어떤 이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떤이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반성했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