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비 날다.
쪽지가 있었다.
해오라비난초가 피었는데 보러 올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다.
작년에도 연락을 받았었는데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이라
굳이 멀리까지 가서 볼 생각이 없어 사양하고 말았던 터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어느 분이 해오라비난초를 꼭 보고 싶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몇 분과 함께 염천 아래 나섰는데
직접 안내를 해 주고 싶다던 분이
근무 사정상 나올 수 없게 되었단다.
할 수 없이 전화를 통해 안내를 받으며 찾아가자니
약간의 혼란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땡볕 속에서 이리저리 길을 헤매던 고생은
해오라비난초의 멋진 날갯짓을 보는 순간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해오라비난초]
붐빌 것으로 예상했던 주말을 피해 찾아갔건만
평일임에도 십 여명의 탐방객들이 있었다.
비좁은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촬영에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난초의 수난이 여간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한 식물이 있다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늘어난 것이다.
어렵사리 몇 장의 사진을 담고 돌아섰다.
수난을 당해 꺾인 몇 개체의 해오라비난초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기고...
내려오는 길에 작은 둠벙 가에서 만난 들꽃.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데
같이 갔던 분이 매듭풀 아닐까 한다.
이름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
들꽃의 이름을 자꾸만 잊어가는 것도 나이탓이라 생각하니
세월이 섭섭하다.
[매듭풀]
그 옆에서 만난 큰조롱.
잎은 많이 본 녀석이나 꽃이 낯선데
일단 담아와서 확인해 보니 큰조롱이다.
그 뿌리를 백하수오라 하지만 하수오와는 종이 다른 녀석이다.
꽃이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처음 담는 것이니
뜻밖의 행운이다.
[큰조롱]
좀 더 편한 길로 가자 한 것이 나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그 길에서 만난 암검은표범나비.
올해는 처음 만나는 녀석이니 전화위복이다.
여름잠을 자는 녀석이 어찌 아직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암검은표범나비]
잃은 길을 겨우 다시 찾아 나와서
콩국수 한그릇으로 요기를 하고
우리는 연꽃으로 유명한 관곡지를 찾아갔다.
거기서 한련초를 담고
[한련초]
관곡지에 방사해서 기르는 멸종위기동물인
금개구리를 만났다.
예전에야 흔한 개구리였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이제는 보기 힘든 녀석이 되었다.
[금개구리]
그리고 멋드러지게 핀 수련들을 지나쳐 내가 담은 것은 부레옥잠.
연보랏빛 꽃색이 그저 좋았던 것일까?
[부레옥잠]
이리저리 들꽃을 찾다가 만난 부전나비.
물가를 좋아하는 나비라서
강변에 나가야 볼 수 있는 녀석인데 그곳에서 만난 것이다.
저수지도 있고 옆에는 하천이 있기 때문에
부전나비가 서식할 적당한 환경이다.
[부전나비]
돌아서는 길에 끝물의 연꽃봉오리를 담아보았다.
아마도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하늘이 아니라면 저런 구름을 보기 쉽지 않으니
인생사가 모두 그와 같지 않을까 싶다.
해오라비난초를 담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서 온 분이 꽃의 사정은 고려치 않고
멋진 사진만 담으려는 모습을 보았다.
들꽃을 사랑하는 것인지
사진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일이 어찌 한 두 번이랴!
들꽃을 담을 때는
들꽃의 서식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담아야 한다.
마음에 담는 일이 우선이요,
사진은 다음임을 그들은 알까?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