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그리움의 끝에서
해국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첫 만남도 아니련만 그를 그리워한 것은
그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바닷가라는 만만치 않은 환경,
그 모진 시련을 이겨내고 피워내는
연보랏빛의 환희를 통해
내 삶을 조명해 보고자 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는 길에 물매화와도 잠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언제 봐도 빛나는 존재입니다.
[물매화]
산부추와 그를 찾아온 줄점팔랑나비의
오붓한 시간도 햇살 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산부추]
산길에서 만나는 감국의 향기는 가슴에 전해져 옵니다.
노란 꽃빛에서 우러나온 향기는
국화차의 향기보다 더 진한 듯합니다.
[감국]
그늘 속에 자리잡은 그늘돌쩌귀도
제 나름의 멋스러움으로 이 가을을 예찬합니다.
[그늘돌쩌귀]
그리고 이어진 해국과의 가슴 떨리는 해후.
내가 그를 잊지 못했듯
그도 나를 기다렸다는 듯 끝물의 꽃을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혹여, 꽃이 다 시들지 않았을까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이렇게 만날 수 있었으니
그간의 그리움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국]
뭐니뭐니 해도 해국의 아름다움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삼았을 때입니다.
바닷가의 해국은 대부분 키가 작아서
적당한 위치가 아니면 바다를 배경으로 삼기가 쉽지 않지만
다행히 몇 컷의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바닷가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직설적인 질문에 대해
그의 대답은 언제나 은유적인 것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기울어가는 햇빛을 잊을 만큼 길어졌고
1년 후의 상봉을 다시 약속한 후에야 끝났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우리의 이별은 결코 슬프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야 조석으로 변할 수 있고
해국의 터전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믿음이 다시 한 계절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