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끝에서
낙엽이 진다.
이젠 들꽃과도 이별할 시간이 되었다.
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들꽃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을 뒤로하고
내년의 만남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마지막 들꽃을 만나러 나섰다.
지난 봄 호자덩굴을 만났던 숲이다.
작고 하얀 꽃을 귀엽게 피워냈던 호자덩굴이
붉은 열매를 달고 있었다.
[호자덩굴]
이 녀석은 두 개의 열매가 붙어버렸다.
그 모습을 담지 않을 수 없다.
두 개의 나무 줄기가 붙어 자라는 것을 연리지라 하는데
이 녀석은 연리과라 부르면 될까?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들꽃이 될 수 있는 좀딱취를 만났다.
키가 10cm 내외로 작은 녀석이다.
자료에는 30cm까지 자란다고 돼 있지만
그것은 좀 더 따뜻한 지역의 얘기일 것이고
이 지역에서는 키 작은 녀석만 볼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작은 모습이 이름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좀딱취]
국화과 단풍취속 식물답게
단풍취와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데
특히 열매 맺는 모습이 그렇다.
좀딱취와의 만남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큰여우콩 열매를 만났다.
희귀한 식물도 아닌데 아직 꽃을 담아보지 못한 녀석이다.
마음 먹으면 꽃을 보지 못할 것도 없었겠지만
인연이 안 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그럴 것이다.
이름이 왜 여우콩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담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행운이다.
아뿔싸!
무엇이 그리도 바빴을까?
잎까지 담아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큰여우콩]
서두르면 항상 탈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들수록 여유로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또 잊었다.
계절의 끝에서도 들꽃이 서두르지 않고 꽃을 피워내듯
내 생의 끝날에서야 꽃이 핀다거나
내가 비록 내 삶의 꽃을 보지 못한다 해도
오늘 하루 내 삶이 여유롭기를 기원해 본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