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아씨를 만나다.
꽃소식이 들려온지는 벌써 며칠 전,
들꽃을 찾아 나서는 길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아침 바람 끝은 쌀쌀하지만
햇살은 따스하고 하늘은 청명한 것이
변산아씨를 만나기에 참 좋은 날씨다.
몇 사람의 들꽃을 사랑하는 벗들이 있으니
더없이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과연, 막 잠에서 깨어나 매무새를 가다듬고 나온
변산아씨들을 만날 수 있었다.
1년 만의 만남이니 그 반가움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변산바람꽃]
주고 받는 인사가 길어지고
은밀히 나누는 정담에 차가웠던 바람도 잊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가 변산아씨를 만나는
유일한 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만남의 깊이야 비할 데가 없다.
그리고 예까지 왔으니 복수초를 만나지 않고 갈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저마다 노란 꽃잔에
갖가지 소망을 가득 담아내었다.
[가지복수초]
점심 무렵이 되니 이젠 완연한 봄기운이 넘실댄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나 노루귀를 찾아나섰다.
변산아씨와 노루귀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니
우리의 발품은 헛되지 않았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아직은 귀엽기만한
새끼 노루귀들과 노닐고 있으니
햇살이 기울어간다는 것도 잊었다.
[노루귀]
변산아씨와 노루귀가 나타났으니
별꽃과 큰개불알풀이 없을 리 없다.
작지만 가장 먼저 봄을 깨우는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니
봄은 벌써 우리 마음에 가득했다.
[별꽃]
[큰개불알풀]
아직, 봄은 저만치 서성거리고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이나 들꽃의 세계에는 봄이 가득했다.
바야흐로 봄꽃아씨들이 아름다운 자태로 나타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러면 나는 청년처럼 그 앞에 설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