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들꽃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곽요한
2013. 3. 25. 19:28
갈색의 숲에서 푸른 생명이 피어납니다.
우리가 버려두었던 땅에서
하나, 둘 들꽃이 피어납니다.
들꽃이 피어난 지금에서야
아, 그곳에 생명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노루귀]
얼어붙은 땅을 뚫고,
서슬 푸른 바람을 맞으며
어쩌면 저리 고운 꽃빛을
피워올릴 수 있는 걸까요?
[얼레지]
한 줌의 햇빛이면 됩니다.
한 모금의 물이면 족합니다.
들꽃은 아주 적은 영양분으로
가장 아름다운 꽃빛을 만들어냅니다.
[큰괭이밥]
많은 것을 얻고도
구린내 나는 것만 남기고 가는 사람들이사
애초에 관심 밖에 두었습니다.
[동강할미꽃]
많은 것을 얻지 못했어도
아름다운 향기를 낼 줄 아는 사람,
들꽃 같은 사람이 그리운 날입니다.
[양지꽃]
많은 재물,
높은 명예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애써 가꾸지 않아도 향기로운 사람,
곁에만 있어도 싱그러운 사람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