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다시 만난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곽요한 2013. 5. 14. 16:12

 이른 아침 해바라기 나온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를 만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나비지요.

얼마 전, 덕유산 인근에서 만난 일이 있는데

다시 만난 것입니다.

덕유산에서의 만남이 뜻밖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노력 여하에 따라 만남이 결정되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많았다지만

요즘엔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귀한 대접을 받는 나비입니다.

그런 녀석과 며칠 건너 두 번의 만남을 가졌으니

올해는 나비운이 제대로 트이려나 봅니다.

 

 

좀 더 멋진 배경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필 산길에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욕심일 뿐

나비에게는 가장 햇빛 좋은 곳이

명당일 따름입니다.

 

 

날개를 말리려고 내려앉았으니

펼쳐야 마땅한 일인데도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인지

조금 펼치다 맙니다.

몇 컷의 사진을 찍으며

날개를 펼치기 기다렸지만

한참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경계의 모습입니다.

그의 고요한 일상을 사람의 욕심이 방해한다 싶어

조심스레 일어나 근처에 핀

반디지치를 담았습니다.

 

 

저기에 앉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상상만 해본 유쾌한 봄날 아침이었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