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보춘화의 미소에 혼을 빼앗기다

곽요한 2014. 3. 24. 19:07

 봄이 무르익었으니

보춘화를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춘화를 보지 못하고서야

어찌 봄을 말할 수 있을까요?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는 꽃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랜턴을 준비해 갖고 다니며

밝게 불을 비추며 촬영을 하지만

본디 게으른 내 성품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 또한 인공조명보다는 자연광을 선호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만

잠시 빛이 들어오기를 기다림도 즐거운 일입니다.

 

 

 

 

빛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와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눕니다.

그녀의 말은 달콤하고

그녀의 미소에는 혼을 빼앗기고 맙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잠시 천상을 여행하고 온 듯합니다.

 

 

 

 

고라니들이 잘라먹은 잎이 아쉽지만

그 또한 자연스런 일이니 괘념치 않습니다.

 

 

 

 

그녀가 원망하지 않으니

나 또한 뭐라 할 일이 아니지요.

그나저나 빛이 없으면

보춘화는 미소를 잃어버립니다.

 

 

 

 

이렇게 빛을 받아야

그 아름다운 미소를 제대로 볼 수 있지요.

 

 

 

 

내가 그대의 미소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빛이 될 수 있을까요?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