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얼레지 처녀의 춤사위

곽요한 2014. 3. 24. 19:19

 얼레지의 꽃빛을 여성들이 좋아한다더군요.

그러나 아름다운 꽃빛을 남성이라고 그냥 지나칠까요?

얼레지가 피면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주 가던 계곡에서 얼레지를 만나지 못해

요근래 알게 된 계곡으로 그녀를 찾아나섰습니다.

꽃 상태와 배경이 괜찮은 얼레지 앞에는

먼저 온 분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슬그머니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얼레지 처녀와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야 배신하고 배신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얼레지 처녀는 결코 배신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녀를 찾아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 특유의 꽃빛과 표정 앞에서야 풀어 놓지 못할 마음이 없으므로

상한 마음 한자락 내려 놓습니다.

 

 

 

 

그녀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위로의 눈빛을 보내줍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산 아래의 일을 까맣게 잊습니다.

 

 

 

 

배신의 세월도 잊습니다.

잠시 선경에 들어 본 셈이지요.

 

 

 

 

그리고 흰얼레지도 만났습니다.

변종이지만 특이한 녀석이니

담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꽃잎에 얼레지 특유의 자줏빛이 남아있지만

끝부분에서는 완전히 흰색으로 변했습니다.

 

 

 

얼레지 처녀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우아한 춤사위로

나를 맞아 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