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이야기
이른 봄, 봄소식을 알리는 들꽃들이 개화하면
봄기운 듬뿍 머금은 들꽃들이 이어집니다.
깽깽이풀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깽깽이풀은 개화기간이 아주 짧아
개화 이후 이삼일이면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시들지 않은 꽃잎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면
결코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고고한 여인네 같기도 합니다.
그런 깽깽이풀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것일까요?
생긴 모습과는 다르게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붙여진 연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내용이 없습니다.
잎이 연잎 비슷하고 뿌리줄기의 단면이 노란색이어서
한약명으로 황련 또는 조황련이라고도 불리는데
줄기는 없고 뿌리줄기에서 바로 잎과 꽃이 올라옵니다.
민간요법으로 안구건조증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동의보감에서는 눈을 밝게 하고 눈물을 멎게 하며
간기(肝氣)를 다스리고 열독을 없애는 등 여러가지 효능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는군요.
꽃말은 [안심하세요], [설원의 불심]이라고 하는데
[설원의 불심]은 황련이라는 한약명 때문에 불교와 연관해서
지어진 꽃말이 아닐까 생각배 봅니다.
그러면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속설로 내려오는 것에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춘궁기에 깽깽이풀이 아름답게 피는 모습이 농부들의 눈에는
깽깽이(해금을 낮잡아 부르는 말)를 켜며 노는 모습으로 보여
깽깽이풀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며,
두 번째는 깽깽이풀의 꽃에는
달콤한 밀선(꿀의 종류)이 있는데
개미가 그 맛에 이끌려 왔다가 돌아갈 때
깽깽이풀의 씨앗을 묻혀가게 되고
가는 도중 하나씩 떨어뜨린다합니다.
그렇게 떨어진 지점이
아이들이 깨금발로 뛰어가는 것 같다하여
깽깽이풀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입니다.
어느 설이 더 그럴싸합니까?
필자는 첫 번째의 설이 더 유력하게 보이는데
어찌 되었든 우리 조상들은
귀한 아이에게 천박한 이름을 지어주곤 했지요.
그런 이름을 지어주면 오히려 장수하게 된다는
조상들의 해학이 깃든 풍습 때문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부르기 전에
아명(兒名)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을 부르기도 했던 바
저 식물에게도 아름다움과는 상반된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소중한 그대를
우스꽝스런 이름이 아닌
가장 사랑스런 이름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