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빗속에서 보춘화를 만나다

곽요한 2014. 3. 29. 21:28

일주일 전부터 약속된 출사일인데

새벽부터 봄비가 내렸습니다.

많은 비가 아니면 계획대로 진행해야 했기에

우산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우산이야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카메라를 위한 것이지만요.

 

 

 

사진만을 위한 것이라면

비 오는 날에 들꽃을 담는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사진만은 아니었으므로

애초부터 날씨는 그다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작년에 보았던 그 계곡의 아름다운 보춘화를 보기 위함이었지요.

그곳의 산자고도 멋진 모습이었는데

비 오는 날에는 꽃을 열지 않으므로 포기해야 했습니다.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계곡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계곡 옆 산비탈 여기저기 보춘화가 보였습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계곡 안의 보춘화였으므로 가볍게 눈인사만 건네고 지나쳤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작년보다 개체 수가 늘어났음을

얼핏 보아도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계곡 안에서 만나고 싶던 보춘화를 만났습니다.

 

 

 

날씨 때문에 사진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내년을 약속하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맑은 날에 다시 가 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욕심입니다.

들꽃을 만나는 일에 욕심은 금물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