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모데미풀과 사랑에 빠진 날
곽요한
2014. 3. 31. 12:28
봄꽃들이 우후죽순 피어나니
모데미풀의 아름다운 자태가 그리워집니다.
전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지만
이른 새벽, 그녀를 찾아 먼 길을 나섰습니다.
그녀를 사모하는 사람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습니다.
동질의 그리움을 지닌 벗들이 함께하니
가는 길 내내 설렘으로 가득했지요.
지리산 인근 모데미 지역에서 최초 발견되어
모데미풀이라 이름지어졌지만
그녀를 만나고자 우리가 향하는 곳은
강원도 깊은 산골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벗들도 함께하니
모데미 아가씨를 향한 열정은
수만 관중이 들어찬 운동장의 열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미나리아제빗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모데미풀은
바람꽃 종류와 마찬가지로 꽃잎은 퇴화되었지요.
노란 꽃술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퇴화한 꽃잎이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잎입니다.
모데미풀에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그녀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고유종이기 때문입니다.
즉 순수 한국형 미인이라는 말이지요.
어린 아가씨도 아름다워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모데미 아가씨들이 청아하게 노래부르는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한나절 사랑에 푹 빠져있으니
세상사 근심걱정은 잠시 잊었습니다.
그 숲에 움막 하나 짓고
봄 한 철 지내다 오면 어떨까요?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