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매화마름을 보다
곽요한
2014. 4. 13. 02:06
이 땅 어디서든 들꽃이 피지 않는 곳 없으니
참으로 복받은 땅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바위 위에서도
아주 작은 틈새에 거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으니
물속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물에서 자라는 식물을 수생식물이라 한다.
수많은 수생식물 중 매화마름은 주로 논바닥이나 저수지 같은 곳에서 자란다.
지금은 그 서식지가 줄어 멸종위기식물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여러 곳에서 서식지 보존을 위해 애쓰는 모양이니
참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에 매화마름을 만난 곳은 태안의 어느 논이었다.
2~3백평은 됨직한 논 전체가 매화마름 서식지인데
찾아간 시각이 오후 4시 경이어서
이미 꽃잎을 닫은 개체들이 많고 물이 적어
다양한 모습을 담지 못했다.
매화마름은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마름이라 하지만 마름과는 관계없는데
잎이 붕어마름을 닮았다.
꽃은 매화를 닮아서 매화마름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꽃의 크기가 매우 작아
지름이 1cm를 넘기지 못한다.
이 식물이 예전에는 많았을 터이지만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면서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농부들에게는 쓸모없는 잡초에 불과했던 식물이
지금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들꽃애호가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있는 희귀한 식물이 되었으니
사람이나 식물이나 그 삶이 새옹지마와 같다.
부디 사람과 더불어 잘 살아가는 매화마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