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멱쇠채를 만나다
곽요한
2014. 4. 22. 17:04
이름도 알고 인터넷상에서 많이 본 녀석이지만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만나려 노력했다면 만나지 못할 일도 없었겠지만
인연을 기다리는 탓에 이제야 만난 것이다.
초면이니 선뜻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기억에 없는 모습이라
처음 보는 친구임에 틀림없다고 판단해
부실한 모습이지만 담아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가능성 있는 이름을 검색해 본 끝에
멱쇠채임을 확인했다.
잎이 미역처럼 구불거린다해서
'멱'이라는 말이 붙고
씨방이 꽹가리 채를 닮아 '쇠'가 붙었다는 설과
소가 잘 먹는 식물이라해서 '쇠'가 붙었다는 설이 있는데
두 번째 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채'는 어린 잎을 나물로 먹었기 때문에 붙었다는데
소가 잘 먹는 식물이라면
'쇠채'라는 말이 하나의 단어가 될 수 있겠다.
소가 잘 먹는다면
예전에는 흔한 식물이었다는 말인데
지금은 보기 힘든 식물이 되었으니
번식력이 약한 식물로 보인다.
바닷가 산길가운데 돌틈에서 두 개체를 발견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민들레로 착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멱쇠채라는 보기 힘든 식물임을 알았다면
벌써 누군가 채취해 갔을 것이다.
멱쇠채를 만난 시각은 오후 5시 경이어서
꽃잎을 닫기 시작했기에
활짝 핀 모습을 담지 못했지만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