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노랑무늬붓꽃을 찾아서
곽요한
2014. 4. 27. 10:45
길이 멉니다.
장장 4시간의 여정으로 노랑무늬븟꽃을 찾아 나섰습니다.
(쉬엄쉬엄 간 탓도)
보기 힘든 녀석을 찾아가는 길임에도
약간의 설렘은 있었지만
급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좋은 벗을 만나는 일이나
보고 싶은 들꽃을 만나는 일에는 언제나
약간의 흥분과 설렘이 동반되게 마련이지만
언제부턴가 급한 마음이 사라진 걸 보면
내 나름의 심도가 제법 깊어졌는가 봅니다.
거기 그녀가 있었습니다.
곱게 단장한 모습의...
작년에 만났던 다른 곳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그녀를 보게 되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그녀에게
카메라를 조준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이나
렌즈를 통해 본 그녀의 모습이나
한결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지요.
순백의 옷깃에 수놓인 노란 무늬는
금상첨화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고
그녀의 옷깃을 감싸고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마저 향기로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바꿔가며
나를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내눈에는 아름다워 보였지요.
그녀의 숲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각기 다른 모습의 들꽃아가씨들이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이름을 다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이 순결한 아가씨들이 사는 숲에
제발 오염된 인간들이 들어오지 않기를 기원하며
몇 시간의 행복한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내년에 또 어여쁜 모습으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그녀들이 사는 숲을 조용히 떠났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