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자란의 땅에서
곽요한
2014. 5. 12. 10:44
진도를 향해 가는 마음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의 땅으로 가고 있으니
무겁게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과
진도에 가까이 갈수록 눈에 띄는 노란 리본이 많아졌습니다.
어쩌면 가지 말아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죽음의 땅으로 남겨 둘 수는 없었지요.
하루만이라도 진도를 들꽃의 땅으로 만들고자
선택한 들꽃이 자란이었습니다.
그리고 찾아가기까지 일주일 간의 망설임이 있었지요.
하늘이 어두웠고
바람은 태풍처럼 휘몰아쳤습니다.
300의 넋이 통곡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바람 속에서 어렵사리 자란을 만났습니다.
자란은 아름다웠습니다.
바다에서 희생당한 영혼들도 저리 아름다웠을 겁니다.
나는 그 영혼들이 자란으로 다시 피어난 것이라 여기며
정성을 다 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태풍 같은 바람이 꽃을 흔들었지만
자란의 땅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까지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영정 앞에 이 자란을 바칩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