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단순해지기

곽요한 2014. 5. 16. 15:27

 누가 나에게 말하길

당신은 일하고, 잠자고

출사하는 것 밖에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틀렸지요.

나도 많은 일을 합니다.

남들과 카톡도 하고

카카오스토리에 사진과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은

들꽃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몇 개의 카페에 참여하기도 하고

블로그도 이용합니다.

아 참, 하루에 몇 번은 먹는 일도 하고

가끔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요.

 

[은방울꽃]

 

알고 보면 나도 참 복잡하게 살지요.

그런데 3 가지 일 밖에 하지 않는다니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겁니다.

나비는 어떨까요?

사람보다는 덜 복잡하겠지요?

 

[금빛어리표범나비 & 갈기조팝나무]

 

들꽃은 더 단순할까요?

나도 단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젠 기억력이 떨어져가니

많은 일을 하기엔 역부족이지요.

일을 줄여야 합니다.

 

[꿀풀]

 

무얼 줄여야 할까요?

일을 안 할 수는 없겠습니다.

잠을 안 잘 수도 없지요.

들꽃이나 나비를 만나는 일도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먹는 일도 살기 위함이니 어쩔 수 없고요.

그럼 줄일 수 있는 일은

나머지 카페나 블로그 활동,

카톡이나 카스놀이 같은 것들이군요.

사람 만나는 일도?

 

[참산뱀눈나비 & 소나무 꽃]

 

그것들을 줄이면 삶이 단순해질까요?

식물들이 단순하게 진화한 것처럼

나도 단순해질 필요가 있는데

살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으니 난감합니다.

 

[솜방망이]

 

예술 작품 중에서도 단순한 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삶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복잡한 삶보다는 단순화시킨 삶이

사람을 평화롭게 만들지 않을까요?

아무튼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줄여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기억력 떨어져가는 삶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요.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