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놀다
계획했던 출사가 취소됐으므로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그리고는 가까운 산으로 나비를 찾아나섰습니다.
산에 들어서니 햇볕이 잘 드는
계곡의 편평한 곳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거기 내려가 적당한 곳에 카메라를 세우고
나비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흑백알락나비가 내려 앉았는데
금세 날아가고 모시나비가 날아왔습니다.
잠시 양분을 섭취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모시나비]
모시나비가 다녀가고
이번엔 세줄나비가 방문했습니다.
올해 첫 만남인데 멋진 포즈는 잡아주지 않고 눈치를 보며
잠시 양분을 섭취하다가 날아가 버립니다.
앞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녀석이라 큰 아쉬움은 없습니다.
[세줄나비]
잠시 후, 떠났던 흑백알락나비가 다시 날아왔습니다.
이번엔 몇 마리가 동시에 날아와 여기저기서 양분을 섭취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포즈를 잡아주기도 하더군요.
지금 나타나는 녀석들은 봄형으로
여름에 나타나는 개체들과는 무늬의 차이가 있지요.
[흑백알락나비]
여기저기 나타난 녀석들과 약간의 눈치보기를 하며
열심히 셧터를 눌렀습니다.
빛이 좋으니 어제보다는 훨씬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그 계곡에 나타나는 개체 수로는
흑백알락나비가 월등하더군요.
따라서 다른 나비들은 흑백알락나비가 없는 틈에
잠시 다녀가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긴꼬리제비나비는 그다지 영향을 안 받는 듯
흑백알락나비를 신경쓰지 않고
잠시 먹이활동을 하고 갔습니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기 때문이겠지요?
[긴꼬리제비나비]
한바탕 먹이활동을 하던 흑백알락나비들이 사라진 틈에
큰멋쟁이나비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풀잎을 옮겨다니며 산란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앉았다 간 풀잎을 살펴보지만
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을 갖지 못했음에도 본능적인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사진을 담고 보니 날개가 찢겨져 나갔더군요.
뭔가의 공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큰멋쟁이나비]
그러던 중에 홍점알락나비가 내려 앉는 것을 보았는데
셧터 누를 기회도 주지 않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수시로 나타나는 흑백알락나비들과 놀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더 기다릴까 하다가 앞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녀석이므로
산을 넘어가기로 합니다.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백선 몇 포기가 핀 것을 보았습니다.
개화한지 며칠 지난 듯 거미줄이 쳐지고
거기에 꽃가루들이 내려앉았더군요.
[백선]
그리고는 산을 넘어가는 동안
별다른 나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들꽃도 특별한 것들이 눈에 띄지 않았지요.
산을 넘어 다른 계곡으로 가니 높다란 아까시나무에서 흡밀하는
제비나비들과 큰줄흰나비들이 보이더군요.
눈으로만 담아두고 계곡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거기 닥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꽃술이 예뻐서 한 컷 담았습니다.
[닥나무]
근처에서 거꾸로여덟팔나비를 발견했습니다.
전에 만났던 녀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계하는지 날개를 통 펼치지 않더군요.
[거꾸로여덟팔나비]
숲을 벗어나자마자 풀밭에서 노는 산줄점팔랑나비를 만났습니다.
귀여운 녀석과 잠시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니다.
줄점팔랑나비보다 몸통 가까운 쪽에 제법 큰 점 하나가 더 있어
구별하기 어렵지 않은 녀석이지요.
[산줄점팔랑나비]
산줄점팔랑나비와도 작별하고 조금 더 내려가다가
돌나물의 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막 개화가 시작되었더군요.
그야말로 바위 위에서 자라는
돌나물 본연의 모습이므로 해마다 담게 되는 곳입니다.
연약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돌나물]
그렇게 한 나절 나비와 놀며 들꽃도 만났습니다.
사람을 만나도 이처럼 즐거워야 될텐데
사람 사이의 일이 늘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원망, 질투, 미움, 슬픔들이 뒤섞이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음을 다스려 보지만
여전히 어려운 인간의 일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