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색나비
벌레를 타서 수액이 흐르는 참나무가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나비들이 수액을 먹으러 내려오는 걸 보았으므로
작정하고 그 앞에 자리 잡고 나비를 기다렸습니다.
황알락그늘나비, 굴뚝나비, 청띠신선나비 등이
참나무 수액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었지요.
그 나비들에게 촛점을 맞추며 왕오색나비와 수노랑나비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오전 내내 왕오색나비만 잠시 배회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참나무에 내려 앉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시내로 나가 점심을 먹고 다시 참나무 앞으로 왔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왕오색나비가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암수 한 쌍이 나타난 것입니다.
암컷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깨끗한 상태였고
수컷은 조금 낡은 모습이었습니다.
[암컷]
한 쌍의 왕오색나비가 다정하게 참나무 수액을 먹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날개를 잘 펼쳐주지 않아
날개 윗면의 푸른 빛을 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벌을 비롯한 다른 곤충의 방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자 왕오색나비가 날개를 펼쳐 그 녀석들을 내쫓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에 암컷의 날개 윗면을 촬영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흐린 날씨와 각도 때문에
그나마 약한 암컷의 푸른 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컷]
그러던 중 암컷이 날아가 버리고
수컷만 남아 수액을 흡밀하더군요.
그리고 잠깐 날개를 펼쳐보였는데
너무도 선명한 푸른 빛을 볼 수 있었지요.
사진은 좋은 상태가 아니지만
이런 빛이 난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올려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빛입니다.
[수컷]
왕오색나비와의 즐거운 한 때가 그렇게 지나가고
곧이어 나타난 수노랑나비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