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계곡의 봄은 아직 진행 중 (1)

곽요한 2015. 5. 3. 11:26

 5월이 시작되고 

때 이른 더위에 들꽃들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해져서

야근 후의 피곤함도 잊고 봄꽃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봄꽃이 많이 핀다는 계곡에 잠시 들렸습니다.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누고

계곡으로 내려가는데 흰털제비꽃 한 포기가

비탈진 길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길가임에도 다행히 사람 손을 타지 않아

털이 잘 살아 있었습니다.

관심 밖에 있다는 사실이 늘 불행한 일만은 아닙니다.

 

[흰털제비꽃]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찼고 햇살은 눈부셨습니다.

바위 위에 자리 잡은 돌단풍에게도 눈맞춤을 하면서

그가 살아가는 세상이 참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습니다.

 

[돌단풍]

 

산철쭉도 활짝 꽃잎을 열고

5월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물가에 핀 산철쭉을 수달래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름이야 어떻습니까?

제 자리에서 제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면 모두 아름다운 것을요.

 

[산철쭉]

 

올해는 담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했던

나도개감채가 족도리풀 속에 피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여뻐서 한 컷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도개감채]

 

그 계곡의 족도리풀은 대부분 각시족도리풀이었는데

몇 개체가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꽃이 각시의 족도리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름에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각시족도리풀]

 

그리고 일행의 주된 관심사였던 애기송이풀이

끝물이었지만 아직도 많은 꽃을 피워놓고 있었습니다.

홍학을 닮았지 않나요?

그래서 속칭이 홍학이기도 한 들꽃입니다.

애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작은 꽃이 아니지요.

줄기가 없어 잎이 모두 땅에 누워있기 때문에

송이풀에 비해 키가 작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은 오히려 애기송이풀이 더 크지요.

 

[애기송이풀]

 

회리바람꽃도 열심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바람꽃들은 모두 꽃잎이 퇴화되고

꽃받침이 꽃잎 역할을 대신한다고 전에 말씀 드렸던가요?

이 녀석은 그나마 꽃이 피면서 꽃받침이 아래로 제껴져

꽃술만 덩그라니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자기가 일으킨 바람을 저도 견디기 힘들었던 걸까요?

 

[회리바람꽃]

 

참꽃마리도 제철을 만났습니다.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 모습이

봄의 절정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참꽃마리]

 

는쟁이냉이도 뒤질세라 꽃을 피워냈는데

그가 있어 계곡이 더 아름다웠음을

돌아와서 새삼 느꼈습니다.

 

[는쟁이냉이]

 

 

그곳에서 우리는 더 많은 들꽃을 만났으며

기온은 여름을 향해 달리는데

봄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들꽃들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