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계곡의 봄은 아직 진행 중 (2)
곽요한
2015. 5. 3. 22:17
무르익은 봄기운을 만끽하며
계곡에서의 탐사는 계속 되었습니다.
홀아비들 셋이 모여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도 보고
[홀아비꽃대]
고운 꽃빛으로 단장한 당개지치가
계곡물에 제 얼굴을 비추어 보는 모양도 훔쳐 보고
[당개지치]
노루삼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잎이 삼잎을 닮아서 노루삼이 되었다니까
혹시라도 노루삼의 뿌리를 삼으로 오해하지는 마시기를...
[노루삼]
윤판나물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숲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졸고 있는 걸까요?
아! 윤판나물 옆에서 낮잠을 자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윤판나물]
계곡에서의 탐사는 그 정도로 끝내야 했습니다.
최종 목적지가 있었으니까요.
계곡을 벗어나는데 수풀 사이에서 누가 부르고 있었습니다.
매발톱꽃이었습니다.
아직 꽃도 덜 피운 녀석이 나 좀 봐 달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기꺼이 그의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를 다시 볼 기회는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매발톱꽃]
계곡에 있는 많은 들꽃이 이런저런 이유로
훼손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훼손하는 사람임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무심한 행동 하나에
들꽃은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계곡에서는 아직도 봄이 진행 중이었으며
나의 봄도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