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어떤 오월
곽요한
2015. 5. 14. 12:22
흐드러진 햇살이 아슴아슴 유년의 기억을 자극해낸다
먼 듯 가까운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것들 때문에
기어이 담배 한 개피 입에 문다
떠남이 이별은 아니며
돌아옴이 만남도 아님을 깨달은 날부터
자주 들꽃 앞에서 무너졌다
[졸방제비꽃]
길을 잃었던가
무시로 덤벼드는 파랑(波浪) 까닭에 비틀대다가
꺼억꺼억 속울음 울던 날들
[길앞잡이]
버리지 못해 움켜쥔 생편(生片)들이
끝내 가슴을 찌르고 하늘빛에 눈이 아프다
[삿갓나물]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끝없는 고뇌에도 풀리지 않는 사슬
안식의 날은 여전히 멀다
[청띠신선나비]
바람이여
네가 부러워 산에 든다
기척도 없이 꽃잎에 머물다 가는 너를 찾아
오월의 산을 넘는다
[풀솜대]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