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몸살
곽요한
2015. 7. 29. 12:57
한동안 바쁘게 살다보니
들꽃이며 나비를 만날 시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에 먼별 선생이 머언 별이 되었던 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유를 가져보려고
벗과 함께 들꽃을 찾아나섰습니다.
[닭의난초]
유유자적 살자고 늘 다짐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들꽃을 만나는 하루만큼은 여유로워지고 싶었지요.
들꽃이 저리 여유로운 것처럼 말입니다.
[좁쌀풀]
그렇게 마음을 먹어서인지
산길을 걷는 걸음이 급하지 않습니다.
걸음이 급하지 않으니
숨어서 핀 들꽃까지도 잘 보입니다.
[흰제비란]
그 꽃빛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여 시간을 잊었습니다.
[꽃창포]
고산을 넘어온 바람도 취하여
꽃잎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덧없는 인생이라지만
들꽃 앞에 머무는 시간 만큼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고추나물]
그렇게 들꽃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돌아와
벗들께 들꽃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했는데
그동안 바쁘게 산 것에 대한 보응인지 몸살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무념의 시간으로 며칠을 보내며 몸을 추스렸더니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리 바쁜 일들이 있어도
결코 무리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