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이 강물만은 아니더라.
세월도 흘러 예 왔으니
늘어가는 흰머리에 인생의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가슴속엔 아직 열정이 남았는데
저린 육신이 발목 잡는
하 수상한 계절이여!
내 삶의 꽃들은 언제 피고 시들었는가!
모르는 사이 주름만 늘었구나.
흰 꽃을 머리에 이고도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처럼 살고 싶다.
흐르는 물에도, 세월에도 의연한
한 덩이 바위처럼 굳은 의지를 세워
마지막 사자후로
생의 열매를 남기고 싶다.
남은 길, 비록 쓸쓸하고
힘겨울지라도
말없이 동행하는 그대 있어
행복함이여!
우리 생의 마지막 계절을
즐겁게 넘어가보자.
초겨울 / 곽요한
깊이 감추었던 기억의 편린 몇 개 꺼내 조각볕 아래 늘어놓고 퍼즐놀이를 하는데
빛 바랜 것, 구겨진 것, 찢어지고 삭아서 너덜너덜한 것들이 제 멋대로 흩어진다
허둥지둥 줏어모아 맞춰보지만 지천명에 이르고도 여전히 서툰 법칙들로 하루해 짧고
나목 사이로 걸어가는 젊은 사내의 그림자를 서둘러 좇아가는데 관절 삐걱거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조각들이 구르는 초겨울 거리, 마지막 조각을 맞추기 위해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계절 다 보내고도 퍼즐을 끝내지 못한 사람 하나 슬며시 끼어들면 먼데서부터
스산한 바람을 타고 종소리 들려온다 메리 크리스마스! 예수 없는 예수의 생일 파티가 준비 되고
사람들이 파티용 가면을 꺼낸다 주름진 사내도 쑥스럽게 종이가면을 뒤집어 쓴다
해마다 겨울은 가면으로 시작되고 파티가 끝난 자리에는 세월의 오물이 질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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