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의 저 하얀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그러면 꽃잎은 어디로 갔을까?
노루귀는 아얘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너도바람은 노랗게 보이는 것이 퇴화된 꽃잎이란다.
꽃술로 오해하기 쉬운 모습인 채 남아 있다.
산에는 아직 눈이 많아 눈을 배경으로 찍게된 사진이 많은데
(사실, 흰꽃은 눈을 배경으로 하면 제대로 모습을 담기 어렵다)
이렇게 눈이 없는 곳에서 만난 너도바람도 있었다.
뒷모습을 살짝 훔쳐보는 재미.
나무 둥치에 씨앗이 떨어져 꽃피운 녀석.
눈 녹기 전까지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역시 뒤에 눈이 있어서 배경 잡기에 힘들었다.
이렇게 외로워보이는 녀석...너도... 바람이다.
일부러 눈을 배경으로 담아봤다.
촛점만 잘 맞으면 그런대로 꽃의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역시 선명한 모습은 보기 어렵다.
위에서도 담아보고...
바위 밑에 자리잡은 너도바람 한 쌍.
부부일까?
눈밭에서 당당하게 선 바람이.
춥기는 추운지 꽃싸개잎이 축 쳐졌다.
뒤에 보이는 돌은 누군가 연출을 위해 가져다 놓은 것.
몇 곳에서 이끼를 가져다 놓은 것을 보고
낙엽을 다 헤쳐 놓은 것도 보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은 것을...
그래도 앉은부채 꽃을 꺾어서 눈밭에 꽂아 놓고 촬영한
어떤 몰지각한 사람보다는 낫겠지만...
들꽃을 만날 자격도 없는 썪어빠진 정신의 소유자들이 있다.
너도바람과의 데이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하루.
산에서 내려와 출출한 속을 채우고나니 비가 내린다.
다음 주에는 이 산에서의 노루귀와 복수초를 만날 수 있을까?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