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욕심

곽요한 2012. 6. 5. 22:29

 

 나비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며

두고 온 세상살이들은 잠시 잊기로 합니다.

여름으로 접어든 산야는

짙은 녹음을 뽐내고 그 안에선 여전히 들꽃이 피며

나비와 곤충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점나도나물]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할까요?

문명이 발달할 수록 사람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나비에겐 아주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만큼의 꿀이 필요할 뿐입니다.

 

[끈끈이대나물과 산호랑나비]

 

식물에게 필요한 것도

햇빛과 물과 뿌리내릴 작은 땅일 뿐입니다.

 

[으아리]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어여쁘고

 

[줄댕강나무]

 

허세부리지 않아도 당당합니다.

 

[긴은점표범나비]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산달래]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뱀눈그늘나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껴질 때

들꽃의 삶이, 나비의 삶이

내 삶의 지경을 밝혀주는 하나의 등불이 됩니다.

 

[초롱꽃]

 

혹독한 계절을 이기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들꽃처럼

내 시련의 계절이 끝나는 날

소박한 꽃 하나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인동]

 

오늘도 나비를 만나고 들꽃들을 만나며

그들처럼 욕심없이 살자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노력할 따름입니다.

한 가지, 버리지 못할 욕심은

내가 세상과 이별하는 날

내 가는 길에 들꽃 하나 피어있는 것과

나비 한 마리 조문객으로 찾아와 주는 것입니다.

정말 그리 될 수 있다면

나의 가는 길이 한결 즐겁겠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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