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며
두고 온 세상살이들은 잠시 잊기로 합니다.
여름으로 접어든 산야는
짙은 녹음을 뽐내고 그 안에선 여전히 들꽃이 피며
나비와 곤충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점나도나물]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할까요?
문명이 발달할 수록 사람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나비에겐 아주 오래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만큼의 꿀이 필요할 뿐입니다.
[끈끈이대나물과 산호랑나비]
식물에게 필요한 것도
햇빛과 물과 뿌리내릴 작은 땅일 뿐입니다.
[으아리]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어여쁘고
[줄댕강나무]
허세부리지 않아도 당당합니다.
[긴은점표범나비]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산달래]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뱀눈그늘나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껴질 때
들꽃의 삶이, 나비의 삶이
내 삶의 지경을 밝혀주는 하나의 등불이 됩니다.
[초롱꽃]
혹독한 계절을 이기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들꽃처럼
내 시련의 계절이 끝나는 날
소박한 꽃 하나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인동]
오늘도 나비를 만나고 들꽃들을 만나며
그들처럼 욕심없이 살자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만 노력할 따름입니다.
한 가지, 버리지 못할 욕심은
내가 세상과 이별하는 날
내 가는 길에 들꽃 하나 피어있는 것과
나비 한 마리 조문객으로 찾아와 주는 것입니다.
정말 그리 될 수 있다면
나의 가는 길이 한결 즐겁겠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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