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한계령풀, 그 짧았던 햇빛의 아쉬움

곽요한 2014. 3. 31. 15:26

 모데미 아가씨와의 데이트가 아쉽게 끝나고 돌아오는 길,

한계령풀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았지만

먼 길 다시 오기가 쉽지 않으니 만나기로 결정했는데

산골에서의 해는 짧기에 일행의 행보가 급해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자생지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할 수 없이 계곡을 따라 오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많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이미 해가 뉘엿뉘엿했으므로 서둘러 길을 재촉했습니다.

험한 산길 오르기가 쉽지 않은 몇 분은

결국 계곡 아랫쪽에 남아야 했습니다.

 

 

 

 

자생지에 도착하니 벌써 한계령풀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그 산에서의 한계령풀은 이제부터 한동안 피고지고 할 것이라는

몇 년 동안 그 산을 찾아다닌 분의 얘기를 흘려들으며

서둘러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해가 서서히 산너머로 사라져갔기 때문에

그가 남겨주는 마지막 빛을 좇아

자리를 이동해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한계령풀과의 대화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한계령풀은 매자나뭇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강원도의 높은 산지에서 볼 수 있는데

북방계식물 답게 백두산과 만주지역에 많이 분포한다고 합니다.

 

 

 

 

한계령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된 지역을 따라 지어졌으며

이름만으로도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음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2급식물로 지정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자생지가 여기저기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은 산도 불과 몇 년 전에 발견된 지역입니다.

함백산 만항재 야생화단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고요.

 

 

 

 

아무튼 한계령풀의 자생지들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도록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촬영이 잘 되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좇아다니던

저녁 햇빛이 꼴깍 산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그 저녁나절 한 시간 동안의 햇빛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우리가 가치를 따질 겨를도 없이 누리고 사는

물과 공기와 햇빛 등이 새삼 감사했고

화사한 미소를 아낌없이 보내준

한계령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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