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들꽃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모르는 꽃을 보면 일단 담아와서
고수분들에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어느 봄날이었지요.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산을 탐사하다가
이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족도리풀이 분명한데 꽃색이 전혀 달라 신기한 녀석이었지요.
주변에 서너 무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끝물이었고 성한 것은 한 포기 뿐이었습니다.
일단 담아와서 물어보니
황록선운족도리풀이라고 하더군요.
이름도 낯선데다 주로 정보를 얻던
국가생물종기록정보시스템에도 기록되지 않은 녀석이었고
당시에는 또 볼 수 있겠지하는 마음이 있어
발견 장소에 대한 기록 같은 것은 전혀 남겨 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다시 만나려 했지만 그 장소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을 통해 만날 수도 있었지만
독립된 종으로 기록되지 않은 녀석이었고
다시 만나는 일에 연연하지 않았으므로
재회까지 꽤 오랜 세월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씨 좋은 블친을 통해
재회의 날을 갖게 되었습니다.
꽃이 황록빛이고 고찬 선운산에서
이영노 박사에 의해 최초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
황록선운족도리풀!
선운산에서는 그 장소가 알려지면서 휘손돼
지금은 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는데
아직 이곳은 크게 훼손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낙엽을 치우고 사진을 찍은 다음
그대로 방치해 둔 모습을 보면서
이곳도 얼마 되지 않아 훼손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행한 분들과 함께 낙엽을 덮어주었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족도리풀의 변종이지만
언젠가는 독립된 종으로 기록될 수 있으므로
부디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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