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아! 황록선운족도리풀

곽요한 2014. 4. 12. 04:57

 7~8년 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들꽃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모르는 꽃을 보면 일단 담아와서

고수분들에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어느 봄날이었지요.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산을 탐사하다가

이 녀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족도리풀이 분명한데 꽃색이 전혀 달라 신기한 녀석이었지요.

주변에 서너 무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끝물이었고 성한 것은 한 포기 뿐이었습니다.

일단 담아와서 물어보니

황록선운족도리풀이라고 하더군요.

 

 

 

이름도 낯선데다 주로 정보를 얻던

국가생물종기록정보시스템에도 기록되지 않은 녀석이었고

당시에는 또 볼 수 있겠지하는 마음이 있어

발견 장소에 대한 기록 같은 것은 전혀 남겨 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다시 만나려 했지만 그 장소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을 통해 만날 수도 있었지만

독립된 종으로 기록되지 않은 녀석이었고

다시 만나는 일에 연연하지 않았으므로

재회까지 꽤 오랜 세월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씨 좋은 블친을 통해

재회의 날을 갖게 되었습니다.

꽃이 황록빛이고 고찬 선운산에서

이영노 박사에 의해 최초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

황록선운족도리풀!

 

 

선운산에서는 그 장소가 알려지면서 휘손돼

지금은 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는데

아직 이곳은 크게 훼손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낙엽을 치우고 사진을 찍은 다음

그대로 방치해 둔 모습을 보면서

이곳도 얼마 되지 않아 훼손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행한 분들과 함께 낙엽을 덮어주었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족도리풀의 변종이지만

언젠가는 독립된 종으로 기록될 수 있으므로

부디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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