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칫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당개지치를 만나면
지치와는 전혀 다르게 피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입니다.
지치, 반디지치 등이
납작하게 하늘을 보고 피는데 반해
당개지치는 긴 꽃자루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니
필자도 처음 당개지치를 만났을 때는
지치로 여기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본래 지치의 뿌리는 산삼에 버금갈 정도로
약초꾼들의 대접을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당개지치의 뿌리도 그런 약효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개지치의 뿌리가 지치와 같은 약효는 없을지라도
식물체 전체를 약용할 수 있고
어린 순은 나물로도 이용한다고 합니다.
꽃까지 식용한다하니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고마운 녀석입니다.
하지만, 당개지치의 저 신비로운 꽃빛을 대하면
약용이나 식용을 하는 것 보다는
그저 마음에 담아 두고 싶습니다.
요즘 먹을거리가 얼마나 풍성합니까?
자기 자리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식물들을
무분별한 채취로
씨를 말려버리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지치의 뿌리가 좋다니까
너도나도 캐 버리는 바람에
요즘 지치 보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반디지치는 많이 보이는데
지치는 깊은 산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몸에 좋다하면
씨를 말려버리고 마는 우리네 습성이
참 좋은 식물들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황소개구리나 가시박 같은 것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 어떨까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생물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아무튼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당개지치의 신비로운 꽃빛에 취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개체 수가 많은 곳이니 쉽게 사라지지 않을 터이지만
오래도록 훼손되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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