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찾아나섰다가
털중나리를 만났습니다.
털중나리를 보면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 한 편을 떠 올리곤 합니다.
비가 온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는 나를 숲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숲에는 솔버섯, 싸리버섯, 까마귀버섯,
기와버섯, 표고버섯 등이 다투어 피어났으므로
숲을 나올 때면 커다란 소쿠리 두 개에
버섯이 가득했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짐꾼으로 데려가셨지만
나는 할머니의 버섯요리를 좋아했으므로
친구들과의 놀이도 마다하고 기꺼이 따라나섰습니다.
숲에는 버섯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털중나리를 비롯한 나리들이며
원추리, 노루발풀 등이 여기저기 피어났지요.
그리고 돌아올 때면 버섯 소쿠리에
털중나리 몇 송이가 담겨 있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털중나리는 나의 소꿉동무인
쌍둥이 소녀에게 전해졌지요.
털중나리와 함께 나의 숲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쌍둥이 중에서 원희의 눈이 유난히 반짝 거리곤 했습니다.
아니, 숙희였을까요?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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