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꽃을 보거나
나비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왕오색나비와 이별한 뒤 잠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얼씬거리던 황알락그늘나비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른 나비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노랑나비였습니다.
푸른 빛이 나는 걸 보니 암컷이었습니다.
대전에 내려 온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쳇증 같은 것이
한꺼번에 쓸려내리는 유쾌함이 등골을 타고 흘렀습니다.
[암컷]
그렇게 한참 동안 수액을 흡밀하며
모델이 돼 주던 수노랑나비가
홀연히 날아가 버렸습니다.
날개 한 번 펼쳐 보이지 않은 아쉬움을 곱씹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수컷이 날아왔습니다.
이 녀석이 노란 빛이 나기 때문에
수노랑나비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겠습니까?
한 쌍의 수노랑나비를 같은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으로 기억됩니다.
올해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서산으로 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참 예쁜 나비지요?
[수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