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

왕고들빼기

곽요한 2012. 8. 21. 14:15

 여름 더위가 머리 꼭대기까지 오를 때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인 왕고들빼기가 꽃을 피운다.

이 땅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지만

나는 해마다 왕고들빼기의 하얀 꽃빛에 눈길을 맞춘다.

그리고 꽤 괜찮다 싶은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그것은 민들레에 대한 애착과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다.

척박한 환경일지라도 어디서나 잘 자라는 모습이

이 민족의 험난했던 역사의 표상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민초들의 삶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왕고들빼기 뿐이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들꽃이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 모습을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들꽃의 삶을 제대로 표현해 볼까 하는 것이

여전한 숙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할 때 인공의 빛과 같은

모든 연출을 거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니

들꽃이 살아가는 환경의 인위적인 변경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사진들에 대해 증명사진이라 칭한다.

그러면서도 들꽃을 가까이 들여다봄으로

숨겨졌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업도 하게 되니

나름의 예술성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올 여름에도 왕고들빼기를 비롯한 들꽃들을 대하면서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자격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임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