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일반적으로 쑥부쟁이는 가을꽃으로 여겨지지만
여름부터 꽃을 피웁니다.
그래도 6월 초에 꽃을 만난 것은 뜻밖입니다.
아마도 환경 때문에 일찍 개화된 것이라 여겨지는군요.
쑥캐러 다니는 대장장이의 딸이라는 의미의 쑥부쟁이에 얽힌
슬픈 전설이 담겨 있는 들꽃입니다.
옛날 아주 깊은 산골 마을에 가난한 대장장이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의 큰 딸은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대신해
11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보며 가족을 위해 쑥을 캐러 다녔습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쑥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의 딸'이라는 의미에서
그녀에게 쑥부쟁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가 산에 올라갔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만나
숨겨 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었습니다.
노루는 은혜를 꼭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지요.
다시 길을 가던 쑥부쟁이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파 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냥꾼을 보고
칡넝쿨을 잘라 밧줄을 만들어 구해 주었는데
사냥꾼은 잘 생긴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첫눈에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내년 가을에 다시 찾아오겠노라'는 약속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다음 해 가을이 되어도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가을을 지내는 동안 쑥부쟁이는 그리움에 야위어만 갔습니다.
산신령에게 정성스럽게 사냥꾼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던 어느 날,
쑥부쟁이가 구해주었던 노루가 나타났습니다.
노루는 보랏빛 주머니 하나를 건네 주었는데
그 안에는 노란 구슬이 세 개 들어 있었습니다.
노루는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고 사라졌습니다.
쑥부쟁이가 첫번 째 구슬을 입에 물고 어머니의 병이 낫게 해 달라고소원을 말하자
어머니는 즉시 병이 낫게 되었지요.
두 번째 구슬을 입에 물고 사냥꾼이 나타나게 해 달라고 말하자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이미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었습니다.
낙심한 쑥부쟁이는 마지막 구슬을 입에 물고
사냥꾼이 가족에게 돌아가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하지만, 사냥꾼을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쑥부쟁이는 상심의 나날을 보내다
그만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다음 해 쑥부쟁이가 떨어져 죽은 그 자리에서
나물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이윽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도 동생들이 나물을 뜯어먹을 수 있게
나물로 태어났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보랏빛 꽃잎은 노루가 준 주머니,
노란 꽃술은 세 개의 구슬이라 생각하고
그 꽃을 쑥부쟁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 * *
이런 전설을 지닌 쑥부쟁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쑥부쟁이의 사냥꾼에 대한 그리움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쑥부쟁이의 개화기간도 긴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