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소리

홍천강에서

곽요한 2012. 3. 25. 07:18

홍천강에서

 

-곽요한

 

 

강은 아주 낯선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버리지 못해 포승(捕繩) 된 계절의 잔해와

문명에 침노 당한 자갈밭에서

피멍 든 몸으로 그렁거렸다

사랑을 꿈꾸고

시를 엮어 내고

자유를 갈구하던 갈대숲이

포로처럼 몸을 눕히던 날 

소문도 없이 병든 강의 잔기침을 따라

강 언덕 구비구비 *니힐리즘의 무늬들이 번져갔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자랑스레 높았던 이름마저 갈색의 혼돈 속에 묻히고

새들도 더 이상 날개를 펼치지 않는 겨울 강변에서

한 사내가 참회록을 쓰고 있었다

'들녘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겨울  (0) 2012.03.25
겨울바람  (0) 2012.03.25
애기똥풀꽃  (0) 2012.03.23
어느 봄날 오후의 초상  (0) 2012.03.23
목련꽃 필 무렵  (0)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