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소리
억새
-곽요한
살다 보면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 있지
휑한 빈들 구석이나
이끼 짙은 바위 아래 자리 잡고
소리 내어 울고 싶은, 그런 날 있지
날카로운 바람 끝
가슴 속 검붉은 멍울 찌르거든
펑펑
소리 내어 울어 봐
비애의 시간 끝나기까지
그대여
가만히 지켜보시라
울음 그치고서야
마음 비로소 열릴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