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시인을 만나다

곽요한 2012. 6. 30. 22:31

 시인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나,

처음 보는 얼굴이나

시라는 공통점을 가졌기에 낯설지 않으며

헛꽃을 달아 곤충을 유혹하는 백당나무와 달리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지 않아 좋다.

 

[백당나무]

 

때로는 걸쭉한 웃음으로 마음을 열게 하지만

천성인 양 드러나는 난초 같은 고고함이

절로 고개 숙이게 한다.

 

[닭의난초]

 

시인은 고독하다.

고독하기에 시인이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홀로 선 들꽃처럼 아름답다.

 

[선백미꽃]

 

시인도 술에 취하면 구부러진다.

마음대로 구부러지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세잎종덩굴(누른종덩굴)]

 

무엇보다 시인이 아름다운 것은

그의 가슴에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밑씻개의 이야기보다 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시인의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며느리밑씻개]

 

시인을 만나는 일은

들꽃을 만나는 것과 같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표정과

바람에 흔들릴 줄 아는 여린 마음과

뚝뚝 꽃잎을 떨구면서도

끝내 몇 알의 씨앗을 남길 줄 아는 지성이 아름답다.

 

내가 시인의 친구라는 것이 즐겁다.

 

 

-솔빛에서 곽요한

'들꽃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오라비 날다.  (0) 2012.08.05
균형  (0) 2012.07.15
좋은 만남 7월호의 들꽃편지  (0) 2012.06.27
길을 걸으며  (0) 2012.06.14
욕심  (0)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