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나,
처음 보는 얼굴이나
시라는 공통점을 가졌기에 낯설지 않으며
헛꽃을 달아 곤충을 유혹하는 백당나무와 달리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지 않아 좋다.
[백당나무]
때로는 걸쭉한 웃음으로 마음을 열게 하지만
천성인 양 드러나는 난초 같은 고고함이
절로 고개 숙이게 한다.
[닭의난초]
시인은 고독하다.
고독하기에 시인이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홀로 선 들꽃처럼 아름답다.
[선백미꽃]
시인도 술에 취하면 구부러진다.
마음대로 구부러지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세잎종덩굴(누른종덩굴)]
무엇보다 시인이 아름다운 것은
그의 가슴에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며느리밑씻개의 이야기보다 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시인의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며느리밑씻개]
시인을 만나는 일은
들꽃을 만나는 것과 같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표정과
바람에 흔들릴 줄 아는 여린 마음과
뚝뚝 꽃잎을 떨구면서도
끝내 몇 알의 씨앗을 남길 줄 아는 지성이 아름답다.
내가 시인의 친구라는 것이 즐겁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