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동행

곽요한 2012. 8. 15. 12:05

 

 지인의 요청이 있어 들꽃을 찾아나섰습니다.

교통사고로 다리와 청각에 장애를 입은 분이라서

산길을 걷는데 불편함이 있고

보청기를 끼고도 큰소리로 말해야만 어렴풋이 알아듣는 분입니다.

하여, 동행이 되는 사람은 나름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들꽃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습니다.

 

[뻐꾹나리]

 

동행하는 내내 미안해 하셨지만

급하게 서둘 일이 없는 길이었지요.

우리를 기다리는 들꽃도 급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좀싸리]

 

한 가지 불편한 점이라 하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내는 일이 허다한 내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쥐꼬리망초]

 

하지만, 이내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었습니다.

말을 잊고 살던 내가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발음교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술패랭이]

 

또한, 더딘 걸음이기에

지나칠 수 있는 들꽃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풀숲 사이 숨어 있는 나비들도 볼 수 있었지요.

 

[꼬리명주나비]

 

여름이 지나도록 만나지 못했던

꼬리명주나비를 만난 일이나

바닷가에는 많아도 

산길에서는 보기 힘든 배풍등을 만난 일 등을 떠올리면

그 분과 함께 했던 들꽃나들이는

행운이 이어지는 길어었습니다.

 

[배풍등]

 

 

나로서야 누가 동행이 되든 그다지 괘념치 않지만

그동안 그 분이 동행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장애가 불편함을 끼칠까봐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주 동행하자고 말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해서 더 즐거웠노라고 말입니다.

오십을 훌쩍 넘기고도 순수했던 지인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그 분이 바로 들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누가 동행이 되든 마음을 맞추고나면

그 길은 즐거운 길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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