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폭우

곽요한 2012. 8. 22. 17:00

 며칠을 이어 간간이 폭우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 내리는 비를 보며

들꽃의 안부가 궁금해졌기에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는 병아리풀입니다.

지난 6월, 귀엽게 꽃을 피워냈던 병아리풀이

여전히 꽃을 달고 있습니다.

아직도 꽃봉오리가 위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여름이 다 지나도록 꽃을 볼 수 있겠습니다.

 

[병아리풀]

 

끝물에 든 호비수리도 폭우를 이겨내고

마지막 꽃을 달고 있습니다.

 

[호비수리]

 

누가 처음 이름을 불러주었을까요?

작지만 귀여운 돌콩의 꽃을 보며

폭우에 대한 기억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돌콩]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더불어

뻐꾹나리도 꼴뚜기 닮은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이름이 붙은 걸 보면

어떤 사연이 있을 텐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뻐꾹나리]

 

패랭이꽃과 새팥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패랭이꽃 & 새팥]

 

폭우가 내려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을 달고 있는 들꽃을 보면

그것을 이겨내는 지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그 들꽃의 지혜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양보와 이해의 미덕도 함께 말입니다.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고

또 한 차례의 폭우가 지나갈 듯합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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