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이어 간간이 폭우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 내리는 비를 보며
들꽃의 안부가 궁금해졌기에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길을 나섰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는 병아리풀입니다.
지난 6월, 귀엽게 꽃을 피워냈던 병아리풀이
여전히 꽃을 달고 있습니다.
아직도 꽃봉오리가 위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여름이 다 지나도록 꽃을 볼 수 있겠습니다.
[병아리풀]
끝물에 든 호비수리도 폭우를 이겨내고
마지막 꽃을 달고 있습니다.
[호비수리]
누가 처음 이름을 불러주었을까요?
작지만 귀여운 돌콩의 꽃을 보며
폭우에 대한 기억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돌콩]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더불어
뻐꾹나리도 꼴뚜기 닮은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이름이 붙은 걸 보면
어떤 사연이 있을 텐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뻐꾹나리]
패랭이꽃과 새팥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사람도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패랭이꽃 & 새팥]
폭우가 내려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을 달고 있는 들꽃을 보면
그것을 이겨내는 지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그 들꽃의 지혜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양보와 이해의 미덕도 함께 말입니다.
다시 하늘이 어두워지고
또 한 차례의 폭우가 지나갈 듯합니다.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