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가을 초상

곽요한 2012. 10. 25. 17:48

먼 산빛이 가을로 물들고

호수에도 가을빛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은 벌써 마음 가득한데

내 발길은 여전히 터덜거린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

어딘가에서 작은 들꽃 앞에 마음을 내려 놓고

쉼을 누려야 한다.

 

[흰꽃향유]

 

어디 인연이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던가?

들꽃 한 송이 마음에 머물면

죽는 날까지 이어질 인연이 되리라.

 

[당잔대]

 

급하게 다시 꽃을 피워낸 들꽃과

생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나비도 인연을 맺는다.

 

[지느러미엉겅퀴 & 네발나비]

 

숲 사이로 스며든 작은 햇살도

작은 들꽃에게는 큰 인연이다.

 

[주름조개풀]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들꽃을 보면

짧은 시기에 어찌 열매를 맺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일 뿐이다.

 

[용담]

 

들꽃은 짧은 시간 안에도

모든 것들과 인연을 맺고 열매를 남긴다.

긴 시간을 얻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사람 뿐이다.

 

[빗살서덜취]

가을은 짧다.

성급하지 않으면서도 충실하게

가을과의 인연을 이어가야 한다.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과

내 생각들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열매가 될 때까지...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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