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빛이 가을로 물들고
호수에도 가을빛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은 벌써 마음 가득한데
내 발길은 여전히 터덜거린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
어딘가에서 작은 들꽃 앞에 마음을 내려 놓고
쉼을 누려야 한다.
[흰꽃향유]
어디 인연이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던가?
들꽃 한 송이 마음에 머물면
죽는 날까지 이어질 인연이 되리라.
[당잔대]
급하게 다시 꽃을 피워낸 들꽃과
생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나비도 인연을 맺는다.
[지느러미엉겅퀴 & 네발나비]
숲 사이로 스며든 작은 햇살도
작은 들꽃에게는 큰 인연이다.
[주름조개풀]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들꽃을 보면
짧은 시기에 어찌 열매를 맺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일 뿐이다.
[용담]
들꽃은 짧은 시간 안에도
모든 것들과 인연을 맺고 열매를 남긴다.
긴 시간을 얻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사람 뿐이다.
[빗살서덜취]
가을은 짧다.
성급하지 않으면서도 충실하게
가을과의 인연을 이어가야 한다.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과
내 생각들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열매가 될 때까지...
-솔빛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