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십이폭포에서 나비를 찾다

곽요한 2013. 7. 17. 09:26

 모처럼 맑은 날씨여서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나비 탐사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금산의 십이폭포입니다.

처음 찾는 곳이었기에 폭포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제1폭포라는 곳을 보면서 실망감부터 들었습니다.

겨우 1m 남짓한 것을 폭포라 이르해 놓았으니 말이지요.

제4폭포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그럴 듯했지만

모두 마찬가지여서 폭포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할 듯했습니다.

게다가 들었던 것과는 달리 나비조차 보이지 않으니

오늘 일정이 어쩐지 순탄치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5폭포에 이르렀을 때

그나마 폭포다운 폭포를 발견했습니다.

12개의 폭포 중에 가장 높은 폭포라 하더군요.

주변 경치도 좋아서 나비 대신 폭포를 한 컷 담아봤습니다.

높이 20m 정도 되는 멋진 폭포였지요.

 

[십이폭포 중 제5폭포]

 

나비는 보지 못하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벗삼아 잠시 노닐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던 중 나비가 있을만한 그럴 듯한 곳을 발견해서 올라갔습니다.

먼저 아름다운 구름과 구비구비 펼쳐진 능선을 담아봤습니다.

맑은 날씨 탓에 모처럼 풍경을 담아본 날이었지요.

 

 

나비를 찾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네발나비였지만

카메라를 조준한 것은 산초나무에 앉은 호랑나비였습니다.

꼬리가 잘린 모습이 아쉽고

바람의 세기가 여간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포즈를 잡아주더군요.

 

[호랑나비 & 산초나무}

 

무성한 가시덤불과 풀숲을 헤치며 전진하는데

큰흰줄나비, 작은주홍부전나비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세찬 바람을 뚫고 줄나비 한 마리가 개망초에 내려앉았습니다.

언뜻 보아도 제이줄나비였습니다.

올해는 어쩐 일인지 눈에 띄지 않는 나비였는데

그곳에서 만난 것입니다.

바람도 바람이려니와 금세 날아가 버려서

몇 컷 담지 못했는데 아쉬운대로 포즈가 잡혔군요.

 

[제이줄나비]

 

그 외에는 굴뚝나비, 암먹부전나비 등 흔한 나비였고

제비나비 한 마리를 보았지만

내려앉지 않아 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는 꽤 먼거리를 달려 옥천이었지요.

목적했던 곳에 이르자 꽤 많은 왕오색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왕오색나비는 올해도 제대로 된 모습을 담았기에

먼저 땅나리를 찾았습니다.

아마도 나리꽃 중에서 가장 작은 녀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꽃잎에 점무늬가 없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지요.

 

[땅나리] 

 

그리고 풀숲으로 숨어든 태극나방을 보았습니다.

앞날개의 눈모양 무늬가 태극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나방 중에서는 사진으로 많이 등장하는 녀석이지요.

 

[태극나방]

 

그리고 왕오색나비를 담아보려는데

높은 나무 위에만 내려 앉았습니다.

300mm 렌즈로는 제대로 담기 어려운 거리라

렌즈탓을 하면서 멀리서 한 컷 담아봤습니다.

 

[왕오색나비]

 

그리고 막 피기 시작한 벌등골나물에 내려앉은

왕자팔랑나비에게 촛점을 맞춰봤습니다.

흔한 녀석이지만 꽃에 앉았으니

한 컷 담아줘야 합니다.

 

[왕자팔랑나비 & 벌등골나물]

 

그외에도 몇 종류의 나비를 보았지만

관심을 기울일만한 나비는 없었습니다.

몇 종류의 들꽃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산을 내려와

휴게소에 들려 수정과 한 병으로 목을 축였습니다.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감로수가 따로 없었지요.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좋은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찾아가 보면

거기서 들꽃이든 나비든 뭔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사람으로 말미암아 점차 황폐화 되고

들꽃이나 나비가 살 공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 찾았던 곳을 다시 찾아가 보면

벌써 사람들이 파혜쳐 놓은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자연을 파헤치는 일은

정말 심사숙고해야할 일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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