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화악산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데리고 온 가을이
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지요.
그리움의 시간이 꽤 길었던 탓일까요?
나의 말은 많아졌고
사족이 되어 산길에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귀찮아하지 않으며 빛나는 미소를 보여주었지요.
햇살은 포근했고
바람은 점점이 떠 가는 흰구름 속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구름 속에 머물던 바람이 내려올 시간이 되었지요.
이별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슬픔이나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다시 만날 굳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약속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는 그녀를 믿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내년에도 틀림없이 가을을 데리고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끔,
그녀가 보여준 미소들을 떠올리며
계절 속을 떠돌다 그녀의 계절을 찾아가면 될 것입니다.
촬영장소 : 경기도 가평 화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