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냉이꽃

곽요한 2013. 11. 5. 09:10

 냉이꽃

(삼성전자서비스 故 최종범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돌아오는 욕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세상이다

기름진 배를 두드리며

밤마다 여인의 치마 속을 더듬는 비틀어진 손들이

사람의 꿈을 할퀴는 세상이다

살아보자고

바르게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사람들을

권력에 눈멀고 돈에 눈먼 자들이 희롱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너희의 기름진 살이 썩어갈 날 멀지 않고

높은 의자의 다리는 부러지며

황금빛 술잔에 똥물이 담길 날 있으리라

 

어허이

어허이

꽃상여 지나갈 논둑길에서

냉이꽃 하얗게 울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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