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큰개불알풀이 꿈꾸는 하늘

곽요한 2014. 3. 16. 11:44

 큰개불알풀.

이름만 들으면 조금 망측한 느낌이 드는데

꽃을 보면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지고

약간의 보랏빛을 띈 청색의 꽃빛은

봄날 들판에서 만나는 하나의 희열입니다.

 

 

키가 작아 식물체가 땅바닥을 기듯이 자라지만

거기서 피워올리는 수많은 꽃송이들은

하늘빛을 담기도 했습니다.

 

 

귀화식물 중에서 토착화된 대표적인 식물로

봄까치라고도 불리는 토종식물인 개불알풀과 비교해

꽃의 크기가 크고 꽃빛도 아름다워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개불알풀]

 

그렇게 키가 작은 식물의 꽃이 어찌 하늘빛을 닮았을까요?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 하늘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키가 작은 탓에 낮게 엎드려 담아도

주변의 숲이 하늘을 막아버렸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개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법 그럴싸한 하늘을 큰개불알풀에게 주었습니다.

하늘을 배경으로 그를 담아보기는 처음인 듯합니다.

그가 핀 장소가 꽤 높은 논두렁이 아니었으면

생각하지 못할 모습이지요.

 

 

큰개불알풀이 꿈꾸는 하늘과

내가 꿈꾸는 하늘이 어쩌면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꿈꾸는 하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대도 그런가요?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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