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밥을 보고 싶다는 모 교수님과 약속한 날입니다.
흔한 들꽃인 괭이밥을 보고 싶다는 말에
내가 알고 있는 괭이밥 군락지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미 실컷 만나고 사진으로 담았지만
희귀한 들꽃도 아닌
괭이밥을 보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끌려
귀찮음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 교수님이 괭이밥을 담는 동안
나는 주변을 기웃거렸습니다.
혹시 지난 탐사에서 보지 못했던 들꽃이나
새로운 들꽃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둘러본 것이지요.
[노랑제비꽃]
하지만, 새로운 들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꽃 피울 준비를 하며
열심히 키를 키우는 몇 종류의 식물만을 보았지요.
그래서 나는 노랑제비꽃이며 잔털제비꽃을 비롯한
이런 저런 들꽃을 담아보았습니다.
[잔털제비꽃]
지난번 탐사 때보다 몇 송이의 꽃을 더 피워올린
앵초도 담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절정기가 될 듯했습니다.
[앵초]
바위 밑 맨땅이 들어난 곳에 핀 알록제비꽃도 담았습니다.
낙엽이 없는 것을 보고 혹시 누가 치운 것은 아닐까 했지만
그 계곡은 나물 채취하는 사람들 외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으므로
위에 드리워진 바위 때문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자주)알록제비꽃]
교수님이 족두리풀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역시 희귀한 들꽃이 아니라 흔한 들꽃입니다.
들꽃탐사를 다니다보면
희귀한 들꽃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흔하고 흔하지 않음으로
귀천을 구별하는 사람들입니다.
[족두리풀]
그러나 교수님은 흔한 들꽃을 보기 원했습니다.
그분의 마음에 모든 들꽃에 대한 평등심이 있다라고 생각하니
소개하는 내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큰개별꽃]
나는 그다지 담을 것이 없었지만
그분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탐사였습니다.
모든 들꽃은 딱 제 크기만큼의 땅을 차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희귀함의 여부로
들꽃의 귀천을 논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들꽃이 평등합니다.
사람 또한 그렇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들꽃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깽깽이풀을 만나다 (0) | 2014.04.08 |
---|---|
금붓꽃의 귀품어린 꽃빛을 담다 (0) | 2014.04.08 |
태백제비꽃과의 해후 (0) | 2014.04.06 |
금괭이눈을 보다 (0) | 2014.04.05 |
산괭이눈 (0) | 201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