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눈을 뗀지 며칠 되었을까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참사와
그에 대응하는 정부, 언론 등등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이 많다는 생각과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병꽃나무]
산을 오릅니다.
아직 어린 생명들이 허무하게 숨져간 현실속에서
들꽃을 만나는 일이 사치스럽게 여겨져
며칠 간은 탐사를 삼가했지만
나는 또 나의 일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청미래덩굴]-수꽃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봄기운이 무르익는 숲을 바라보며
들꽃을 찾아냅니다.
며칠 새에 병꽃나무가 꽃을 피웠고
청미래덩굴의 황록색 꽃도 피어났습니다.
[청미래덩굴]-암꽃
산 아래에서는 꽃바지(꽃받이)도
무수히 피어났습니다.
생명이 사라져간 땅에서
새로운 생명들을 찾아내며
잠시 위안을 얻습니다.
[꽃바지]
어느 이름없는 묘지 옆에는
솜방망이가 당당하게 꽃을 피워올렸습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의 묘지에서도
아이들의 영혼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솜방망이]
그렇게 들꽃을 보면서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무너진 마음이 회복될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잃어버린 생명들을 기억하며
열심히 들꽃들을 기록해 나가야겠습니다.
앞으로 나의 들꽃사전에는
잃어버린 생명들에 대한 기록들이
그 바탕에 깔려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그 아이들에게 해 주지 못한
미안함을 보상하는 길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들꽃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만남, 보라노랑무늬붓꽃 (0) | 2014.04.27 |
---|---|
노랑무늬붓꽃을 찾아서 (0) | 2014.04.27 |
나와 다름을 이해하기 (0) | 2014.04.23 |
멱쇠채를 만나다 (0) | 2014.04.22 |
사랑에는 거리가 없습니다 (0) | 2014.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