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잃어버린 생명들에 대한 소회

곽요한 2014. 4. 25. 13:11

TV에서 눈을 뗀지 며칠 되었을까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참사와

그에 대응하는 정부, 언론 등등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이 많다는 생각과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병꽃나무]

 

산을 오릅니다.

아직 어린 생명들이 허무하게 숨져간 현실속에서

들꽃을 만나는 일이 사치스럽게 여겨져

며칠 간은 탐사를 삼가했지만

나는 또 나의 일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청미래덩굴]-수꽃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봄기운이 무르익는 숲을 바라보며

들꽃을 찾아냅니다.

며칠 새에 병꽃나무가 꽃을 피웠고

청미래덩굴의 황록색 꽃도 피어났습니다.

 

[청미래덩굴]-암꽃

 

산 아래에서는 꽃바지(꽃받이)도

무수히 피어났습니다.

생명이 사라져간 땅에서

새로운 생명들을 찾아내며

잠시 위안을 얻습니다.

 

[꽃바지]

 

어느 이름없는 묘지 옆에는

솜방망이가 당당하게 꽃을 피워올렸습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의 묘지에서도

아이들의 영혼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솜방망이]

 

그렇게 들꽃을 보면서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무너진 마음이 회복될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잃어버린 생명들을 기억하며

열심히 들꽃들을 기록해 나가야겠습니다.

앞으로 나의 들꽃사전에는

잃어버린 생명들에 대한 기록들이

그 바탕에 깔려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그 아이들에게 해 주지 못한

미안함을 보상하는 길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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